2010/01/06 18:25

과학적인 것이란 무엇일까? -무정부주의적 반방법- 과학철학들

-지난 줄거리-

 "과학은 대단하다. 하지만 왜 대단한지는 아직 잘 모르지. 우리가 그것을 알아낼 것이다."  -by.과학철학

 "논리는 죽지 않는다. 다만 재 무장해 다시 돌아올 뿐이다." -by.연역주의

"우리는 실패를 한 것이 아니다. 조금 실수를 했을 뿐이다." -by.반증주의

??? -by.르 베리에르

"패러다임은 실존한다. 그리고 난 상대주의자가 아니다." -by.토마스 쿤





 과학철학 강의 정리가 거의 끝나가는군요. 이번에 [파이어아벤트]의 반방법을 정리한 후, [와인버그]를 언급하면

큰 흐름이 끝나는 셈입니다. 힘차게 가보겠습니다.






[파이어아벤트]의 무정부주의적 반방법의 등장


 귀납주의부터 [쿤]의 논의는 모두 과학의 특수성을 알아내려는 노력이었습니다. 무엇을 과학을 다른 것들과 구별되게

만들고, 어떤 것이 과학이 아닌가를 분석해보려는 노력이었죠. 

 그러나 그 어떤 시도도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과학철학이 점점 비인기 분야가 되면서 이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거의 취미삼아 하는 정도가 되었죠. 혹은 젊은 나이에 노벨상을 받고 할 일이 없으신 분들이 건드리시고요.








나도 놀고먹으면서 연구하고싶어...







 그런 와중에 [파이어아벤트]라는 과학철학자가 등장하여 새로운, 그리고 현재로서는 마지막인 의견을 내놓습니다.

[파이어아벤트]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과학? 그거 별거 아니다. 과학적인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고, 과학이 다른 학문보다 우월한 이유도 없다

"어떻게 해도 좋다 (Anything Goes)"








나의..나의 사이언스는 그렇지 않다능!





[파이어아벤트]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만약 과학적인 방법이란 것이 정말 존재한다면, 이제까지

있어 왔던 모든 과학적 사건들은 그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갈릴레이]입니다. 위인전에서는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은 정의로운 과학자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지만, [파이어아벤트]는 [갈릴레이]의 방법론에 의의를 제기하고 나섭니다.




[갈릴레이]의 첫번째 일화 - 지구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갈릴레이]가 지구는 움직인다고 주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높은 탑에서 떨어트린 공은 수직으로 떨어진다. 만약 땅이 움직인다면 옆으로 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만약 과학적인 방법이란 것이 실험과 수식에 의한 증명이라면, [갈릴레이] 역시 실험과 수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갈릴레이]는 사뭇 다른 방법으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합니다.

 [갈릴레이]는 사람들에게 생각을 해 보라고 말합니다. 지구가 움직인다면 지구 위에 있는 탑 역시 움직일 것이고,

탑 위에 있는 사람이 들고 있는 물체 역시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고 말이죠. 따라서 공을 떨어트렸을 때 수평속도

때문에 수직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고실험의 증명은 실제로 그것을 보여주거나, 수식의 보조가 필요합니다. 당시에는 위 실험을 증명하는게 불가능

하지 
않았냐고 되물을 수 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증명이 불가능하지만 웬지 가능할 것 같은 이론들을 모두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학은 단지 머릿속 장난이 되어 버리는 것이죠.



[갈릴레이]의 두번째 일화 - 망원경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처음 망원경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매우 신기해했습니다. 멀리 있는 물체가 바로 앞에 있는 것 처럼 보였으니까요.

때문에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이용해 천체 관측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렇게 질문하기 시작했죠.

'망원경으로 본 달과, 실제의 달이 똑같다는 것을 어떻게 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쉽게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상에서 망원경으로 수평선 너머의 배를 관찰하고, 

그 배가 항구에 
도착했을 때 망원경으로 본 배와 실제의 배가 똑같다면 달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망원경으로 먼 곳의 물체를 볼 때는, 렌즈의 작은 흠집이나 착시 현상이 상을

왜곡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지상의 물체를 관측할 때는, 다시 말하면 익숙한 물체를 관찰할 때는 흠집이나

착시에 의한 색깔, 모양, 크기의 왜곡을 직관으로 수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달이 실제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달에 갈 수 있는 여건은 더더욱 없었죠. 따라서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본 
달, 특히 
금성과 화성의 상이 실제와 같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갈릴레이]가 택한 방법은 지지자를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갈릴레이]는 자신의 주장을 라틴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서술해 편찬합니다. 그리고 낡은 관념과 그에 연관된 학문에 대해 적대적인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망원경을 만들어서

지방 유력자들, 예를 들면 메디치 가문 등에 헌납하여 정치적 배경을 만들기도 했죠. 라틴어는 주로 학자들이 사용하고,

이탈리아어는 대중이 널리 사용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며, 망원경을 의심한 사람들 역시 기존 학자들이었기 때문이죠.

이것을 보면 [갈릴레이]가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망원경의 정당성을 보호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존의 어떤 주장도 [갈릴레이]의 수단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갈릴레이]가 망원경의 정당성을 보호하는데 

실패하고, 지구가 움직인다는 것을 인정받지 못했더라면 이후의 수많은 연구 결과가 빛을 보는 일 역시 없었겠죠. 

따라서 [파이어아벤트]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과학적인 방법론을 버리라고 말합니다.





갈릴레이가 이렇게 좋은 떡밥을 흘렸다니...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파이어아벤트]의 주장을 알아봣으면, 이번에는 구조적인 방법에 대한 [파이어아벤트]의 

주장을 알아보겠습니다. 과학구조를 논하는데 [쿤]이 빠질수가 없지요. [쿤]은 과학의 구조적인 측면을 가장 잘 

설명한 과학철학자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파이어아벤트]가 [쿤]의 패러다임 이론에 대해 
제기한 이견을

알아보겠습니다.



[쿤]의 패러다임 이론의 문제점 - 패러다임이 수용되는 과정

 [쿤]은 패러다임이 과학자 사회에서 수용되려면, 과학자 집단이 그것을 인정하기로 합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영향을 주는 요인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과학적 정당성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정치, 사회,

우정, 협박 등등 모든 것이 포함된다고 말하죠. [파이어아벤트]는 이러한 [쿤]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비판합니다.

'도시의 조직 폭력배도 그런 식으로 회의를 하고 결정을 내린다'

 만약 [쿤]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과학은 조직 폭력배, 혹은 일개 동아리 수준의 집단이 되는 것입니다. 혹 [쿤]의 주장이

거짓이라면 과학의 구조가 존재한다는 [쿤]의 주장이 전면적으로 수정되어야 하겠죠.








 이러한 논의들을 통해 [파이어아벤트]는 과학적 방법이란 없으며, 따라서 과학은 기타 학문들보다 우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러나 [파이어아벤트]가 유명한 것은 그의 주장보다는 그의 주장을 사회에 적용한 예 때문입니다.

 [파이어아벤트]는 그의 저서 <Science in a Free Society> 에서 이렇게 주장합니다. 과학이 기타 학문들보다 우월하지

않다면, 과학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등의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고요. 그의 논의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과학이 기타 학문들보다 우월하지 않다면 과학을 종교와 동일선에서 놓는 것이 무리가 아닙니다.
 [파이어아벤트]의 

입장에서는 과학이 종교와 비슷한 점도 있으니까요. 따라서 종교와 과학을 비교하여 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중세 유럽은 종교의 시대였습니다. 종교가 사람들의 사상, 행동 등 모든 것의 지침이 되었던 시절이죠.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으면 종교에 따라 그 문제를 해결하는, 즉 국가와 종교가 함께 가던 시절이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국교를 믿어야 했으며, 다른 종교를 믿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지요.

 지금은 어떻습니까? 현대 사회는 과학의 시대입니다. 과학이 사람들의 사상, 행동 등 모든 것의 답을 주는 존재가

되어 있죠.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으면 과학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즉 국가와 과학이 함께 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과학을 배워야 하며, 점성술이나 창조론을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파이어아벤트]는 종교와 국가가 분리된 것 처럼, 과학도 국가와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과학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모든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에 대한 질문의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적어도

[파이어아벤트]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는 국가가 과학을 억지로 가르쳐야 할 정당성이 없다고까지 말합니다.

개인의 종교적 자유는 보장되어있는데, 왜 과학을 믿지 않을 자유는 없느냐는 것이지요.




이렇게 [파이어아벤트]에 대한 정리를 마치겠습니다. 사실 [파이어아벤트]는 정부 비판적인 성격이 강한 탓에

국내에는 별로 알려지지 못했으며, 그가 말년에 쓴 저서 한권만이 번역되어 있을 뿐입니다. 마이너한 작가, 그것도

과학철학이라는 마이너의 극을 달리는 분야의 책이라는 점까지 더해져 번역이 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왜 이렇게 구구절절히 말하냐면...원서 읽느라 죽는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다 읽지도 못했고요.

아, 드디어 마지막 한분, [와인버그]가 남았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죠.


by. 공대 고양이







참고 문헌 : [과학이란 무엇인가?] A.F.차머스 지음/이상원 옮김 (까치)
                [Science in a Free Society] 폴 파이어아벤트 지음 (한국어 번역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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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지나가던한의사 2010/01/06 22:24 # 삭제 답글

    파이어아벤트의 '방법에의 도전'은 한글로 번역되어 있답니다..(한겨레출판사) 절판되었을테니 학교 도서관을 이용해 보세요...
  • 커티군 2010/01/06 22:29 #

    아, 그걸 까먹었군요...
  • 지나가던한의사 2010/01/06 22:32 # 삭제 답글

    사실 쿤, 포퍼, 파이어아벤트, 라카토슈 이 4대 성자-_-;; 의 저서는 전부 번역되어 있습니다. 지금세대들은 잘 모르겠지만, 80년대 중후반에 반짝했던게 이 학문이라..
  • 커티군 2010/01/06 22:44 #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반짝했었지요 -_-ㅋ 그런데 저분들의 저서가 전부 번역된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일단 파이어아벤트의 저서부터 번역본이 꼴랑 2권에다가, 라카토슈도 지금 검색되는게 한권이군요...
  • Tb 2010/01/07 05:26 # 답글

    라카토슈 지금 두 권 구할 수 있어요. 하나는 라카토'스', 하나는 라카토'슈'... 우이익?!?!
  • 커티군 2010/01/07 10:14 #

    아아아... 우정호 역자...잊지 않겠습니다....
  • 장난죄송 2010/05/09 23:03 # 삭제 답글

    아.. 적절한 소개 감사합니다 ㅠㅠ
    잘 읽었습니다.
  • 쿠니쿤 2011/05/03 17:07 # 삭제 답글

    정말 재밌고 많은 도움이되었습니다ㅋ
  • 대공 2012/02/19 15:11 # 답글

    이 뭐 현시창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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