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말은 모든 대학생들에게 꿈같은 시간이다. 빨리 꿈이 깨기만을 바라며 하루 하루를 지내는 것이다. 학기 초에
발표된 프로젝트 마감이 코앞인데 과제는 제출해도 끝없이 나온다. 조 모임에서는 '지금이라도 주제를 바꿀까?'
라는 말이 절로 나오고, 미친듯이 솔루션을 베끼다가 인치와 미터를 잘못 계산한 NASA의 심정을 맛보기도 한다.
그렇게 하나 하나 마지막 과제를 끝내고 프로젝트도 발표하고 시험만이 남게 된다. 평소에 공부해 둘껄 그랬다며
다음학기에는 틈틈히 공부하리라 다짐하지만, 어차피 내년에도 똑같은 생각을 하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일이다.
한참 도서관에서 과제를 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과 종강총회, 동아리 종강총회, 친구 생일파티 등등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지금 술파티를 벌이겠다는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금 부어라 마셔라 하며 놀며 즐기는
녀석들은 분명 한달 후에 '거봐, 너도 학고지 너도 학고지 너도 학고지' 하며 와우 확장팩을 하고 있을 것이다.
12월 초에는 슬슬 기말 시험 일정이 잡힌다. 교수들은 '내가 먼저 잡은 시험시간에 상회입찰 하지 마라'면서 단단히
주의를 주고, 학생들은 어떻게든 하루에 두개 이상의 시험을 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외친다.
"그때 다른 시험 잡혀있어요." <- 사실 없다.
그러나 시험도 사람의 일이라, 행여 하루에 2개, 3개씩 시험이 잡히기라도 한다면 블랙홀마냥 도서관으로 흡수된다.
블랙홀 안에서는 한 시간 지난 것 같은데 밖에서는 하루가 지나가 있더라.
그렇게 사형 집행시간은 천천히 다가온다. 마음의 준비는 50%, 공부의 준비는 2%밖에 되어있지 않다. 남들도 비슷할
것이라고 믿으며 펜을 놀려보지만 자갈처럼 딱딱한 뇌는 공식을 휘갈기지 못한 채 그저 호두처럼 까이기만 한다.
그리고 나의 모습은...

그렇게 학기말은 세기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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