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커티군입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장이 약했습니다. 조금만 잘못 먹으면 탈이 나서 할머니와 부모님이 고생이 많으셨죠. 지금도
좋지 않은 곳에서 밥을 먹으면 영락 없이 탈이 납니다. 뭔가 께름측한 중국집, 냄새가 이상한 해장국, 튀김 맛이
영 찝찝한 치킨 집 등 저를 위협하는 배달음식들 덕분에 메뉴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장이 민감하다는건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학교 근처에 시립 도서관이 있어서
뒷문 골목길에는 음식점이 정말 많았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석식을 외부에서 해결했지요. 그러나 외식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학생들도 알고 있습니다. 2500원짜리 돈가스는 좀 의심스럽지 않나요. 그래서 몇몇 아이들이 반 장난으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삐-)가 먹고 탈이 나지 않은 음식만큼은 안전한 것 아니겠느냐"
나트륨 덩어리라도, 영양소가 불균형적이더라도, 적어도 먹고 죽을 음식은 아니라는 보증이 선 것입니다. 그렇게
한동안 반 장난으로 친구들과 음식점을 평가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 대학교에 왔습니다. 대학은 무섭습니다. 알콜로 음식물을 소독하는 사람들이 서식하더군요. 그러나 제가
대학생이 되었다고 해서 제 장도 대학스럽게 변한건 아니더군요. 입학 후 한동안 잘못된 배달 음식으로 인해 아침마다
장 모닝콜로 일어나곤 했습니다.
주변에서는 그저 속이 좀 예민한, 유별난 학생으로 보였겠지요. 특히 학생들이 좋아하는 싸고 양 많은 음식을
시키려고 할 때마다 '난 그거 먹으면 포풍설사'라면서 결사반대를 했으니 간간히 짜증을 냈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싼 가격에 치킨을 배달해주던 모 치킨업체의 치킨만큼은 먹은 그날로 트러블이 오는지라 절대 먹을 수 없었습니다.
치킨과 맥주를 사랑하는 공대생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었죠.
그리고 얼마 전 사건이 터졌습니다. 저에게 포풍을 선사해주던 모 치킨업체가 식품안전기준 위반으로 사업장을
닫고 말았습니다.

지금 주변 친구들에게 제가 먹고 탈났던 음식점 리스트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거 인체실험으로 얻은 데이터인데 돈 받아야되는거 아닙니까.



덧글
ㅜㅜ 자체 인체실험이잖습니까! ㅜㅜ
사실대로 말하면... 마루타?!?!?
"그거 커티군이 먹어보지 않았어요?"
"얘 어딨어?! 빨리 찾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