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7 12:43

과학과 사회학의 만남 - 로버트 머튼 과학사회학

 안녕하세요 커티군입니다.

 방학을 하면 지난 학기에 공부했던 내용을 정리해서 올리리라 다짐하고 다짐했건만, 지난 2주간 잉여잉여 노래를 부르다 이제야 펜을 키보드를 두들깁니다.

 이번에 정리할 내용은 과학사회학입니다. 물론 과학사회학 전반을 다루지는 못합니다. 제가 배운 내용에 한해서만, 제가 이해한 대로, 약간의 추가 조사를 거쳐 정리하겠습니다.


과학과 사회학의 만남 - 로버트 머튼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은 20세기의 사회학자입니다. 상당히 최근의 인물이죠. 그리고 이분이 과학자들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인물입니다. 그 전까지 인류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은 과학자들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제국주의와 함께 새로운 문명들과 부족들이 발견되자 이들을 분석하는데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과학자들에 대한 막연한 경외심도 한 몫을 했다고 합니다.

 머튼이 과학자 사회만은 다룬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가 최초로 과학자들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하고 저서까지 집필(The Sociology of Science, 1973)했지요. 머튼은 과학자들에게는 그들만의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무언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보편성의 규범(Universalism)
 머튼은 과학자들이 보편성이 있는 지식을 다룬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과학자들의 업적은 그 업적을 이루어 낸 과학자의 사회적 지위나 계급, 인종, 국적 등등의 사회적인 배경과는 별개로 평가된다는 것이죠.

 2) 공유성의 규범(Communism)
 머튼은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업적을 모두에게 공유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특정 과학자가 발견한 발견물이나 이론, 공식 등은 다른 과학자들에게 공개된다는 것이죠.

 3) 이해관계의 초월(Disinterestedness)
 머튼은 과학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연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과학자가 연구를 하거나 상대의 연구를 비판하는 이유는 순수한 호기심이나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4) 조직화된 회의(Organized Skepticism)
 머튼은 과학자들이 어떤 주장이나 결과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과학자의 권위나 자신의 이익 등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과학적 증거에 입각하여 확실한 근거가 준비될 때 까지 판단을 유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위와 같은 네 가지 성질이 머튼이 생각한 과학자 사회의 특징들입니다. 과학자들에 대한 막연한 경외심이 엿보이죠. 하지만 위 항목들은 과학자들의 특징이기 보다는 과학자들이 추구하는 가치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실제로 과학자들에게 위의 내용들을 보여주면서 이게 맞습니까, 하고 물어본다면 십중팔구 딴지를 걸겠지요. 간단하게 하나씩 예시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보편성의 규범에 대한 비판
 과학자들의 업적은 사회적인 배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이 판단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가 굉장히 많지요.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천안함 논쟁에서 과학적 결과물(보고서)들이 과학자들 사이에서조차 진영과 사상적 논리에 의해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지거나 무조건적으로 배척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또한 대학원생의 주장보다는 교수의 주장이, 지방대 교수보다는 서울대 교수의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뛰어난 업적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외국도 다르지 않고요.

 2) 공유성의 규범에 대한 비판
 이건 한 줄로 압축 가능합니다. 국방과학&특허. 그리고 얼마 전에는 전염력과 사망률이 높은 위험한 바이러스를 합성하는 방법에 관한 논문이 검열당한 적도 있지요.

 3) 이해관계의 초월에 대한 비판
 ...순수한 호기심이나 공익을 위해 돈 안되고 인정도 못받는 연구를 돈 내고 하실 교수님들 손? 얼마나 될~까?

 4) 조직화된 회의에 대한 비판
 제가 자주 써먹는 예시가 있습니다. 패러다임 이론과 초끈이론이요. 패러다임 이론에 따르면 패러다임의 초기 지지자들은 종교적인 지지에 가깝습니다. 지동설 또한 초반에는 과학적 근거가 많이 부족했지요. 20세기에 들어서도 비슷합니다. 초끈이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수학적으로 아름다워서', 'XXX교수님은 정말 훌륭하신 분인데 그분이 초끈이론을 강력하게 지지하신다' 등등의 대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머튼이 제시한 네 가지 특징들이 과학자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임은 확실합니다만 위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머튼의이론은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이 하나 남아있습니다.

 머튼은 과학자들의 관계와 그 규범들을 파헤쳤지만 과학자들의 어떻게 연구를 수행하는지에 대해서는 분석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과학자들은 자연의 진리를 연구하기 때문에 인간을 연구하는 사회학자들이 이에 개입할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지요. 다만 잘못된 결과가 나왔을 때에만 개입하여 왜 잘못된 결과가 나왔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주장 역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과학지식이 갖는 특권과도 같은 인식론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학자들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연이 우리에게 과학지식을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과학지식을 사회적으로 창출한다고 믿었습니다. 다시 말해 F=ma같은 공식이 자연에 존재하는게 아니라 우리가 그러한 공식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죠. 따라서 그 과정 역시 사회학적으로 분석할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머튼이 과학사회학의 창시자 격임을 생각하면 과학사회학이 발달됨에 따라 그의 이론은 많은 공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창시자는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했다는 것 만으로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할 만 하지요.

 과학사회학의 핵심은 과학자들과 과학 활동을 사회적으로 분석하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는 과학지식이 사회적으로 창출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전제로 깔고 있지요. 이는 과학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전통적으로 과학지식은 진리이며, 이를 파헤치는 것이 바로 과학 활동이기 때문이죠.

 글 도입부에서 사회학자들이 과학자들에 대해 연구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과학자들에 대한 막연한 경외심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과학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인식이 허물어지면서 많은 사회학자들이 과학자와 과학 활동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포스팅 시리즈-과학사회학-에서는 이러한 연구들의 일부분을 소개하고 정리할 것입니다.




 포스팅이 끊기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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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늬만 고양이집 : 과학지식의 구성 방법 - 광우병의 사례 2012-07-26 14:35:23 #

    ... 한때는 과학지식이 보편타당한 진리라고 여겨졌습니다. 과학적인 지식은 인간 이성의 승리이자, 자연의 참 모습을 하나하나 밝혀가는 숭고한 과정이었죠. 이러한 인식은 과학자들의 4가지 특성 에 잘 나와 있습니다. 더욱이 과학지식은 사회학적인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학자들이 이를 분석할 수 없다고까지 주장했었습니다. 하지만 과학 ... more

덧글

  • Scarlett 2012/07/07 22:27 # 답글

    글 잘읽었습니다. 다음 시리즈도 기대할게요^^
  • 커티군 2012/07/26 22:27 #

    감사합니다 ㅎㅎ 열심히 쓰겠습니다
  • 와히드고래 2012/07/08 11:00 # 답글

    멋지군요!
  • 커티군 2012/07/26 22:28 #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ㅋㅋ
  • 민족자연 2012/07/14 15:03 # 삭제 답글

    정말 잘쓰시네요!!! 보고서작성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ㅇ^
  • 커티군 2012/07/26 22:28 #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ㅎ
  • hun 2015/04/21 04:35 # 삭제 답글

    글 진짜 잘쓰시네요ㅎㅎ부럽습니다!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ㅎㅎ
  • 과학학과 2016/10/21 05:52 # 삭제 답글

    글 잘읽었습니다~~ 과학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시험관련해서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ㅎㅎ 감사합니당
  • 감사합니다 2017/10/08 18:39 # 삭제 답글

    감사합니다 잘읽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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