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6 19:32

과학자들의 사회적 배경 - 골상학 논쟁 과학사회학

 안녕하세요 커티군입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는 과학사회학의 시작점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로버트 머튼이 정의한 과학자 사회의 세 가지 특징들은 그 당시 사회가 과학자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사회학이 발전하고 과학자들에 대한 깊은 연구가 진행될수록 이러한 정의들은 실제 과학자들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과학자 사회가 바라는 이상을 제시했을 뿐이죠.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자연스럽게 과학자들 역시 일반인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사람들임을 시사했습니다. 그리고 더욱 나가서 과학자들의 활동(연구, 개발)들도 일반적인 사회학적 활동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주장까지 제기되었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실제적인 예시를 통해 과학자들이 사회적인 배경에 얽매인다는 것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과학자들의 사회적 배경

 많은 사회학적 연구 결과에 따라 과학자들 역시 일반인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다시 말해, 과학자들은 언제나 한결같이 논리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통해 진리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 따라 움직이는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이를 간단한 그래프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과학자들에게 경험이란 크게 과학적인 관찰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결론이란 이 경험에게 의미가 부여된 상태를 뜻하죠. 마치 뉴턴이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관찰하고 이를 두 물체간의 끌어당기는 힘으로 설명한 것 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위 그래프에서는 결론이 기존 믿음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기존 믿음이란 과학자의 사회적인 배경, 신념, 종교 등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이는 마치 과학자 자신이 필터, 혹은 함수가 된 것과 비슷합니다. 똑같은 경험(관찰)을 하더라도 과학자 개개인의 성향과 믿음에 따라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죠.

 결국 과학자는 경험 그 자체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믿음을 토대로 결론을 냅니다. 따라서 위에서 말하는 결론이란 또 하나의 믿음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주장은 과학자들에 대한 일반적인 시선과 상당히 배치됩니다. 하지만 과학사에서는 위와 같은 일들이 상당히 자주 일어나죠. 그 사례 중 하나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골상학 논쟁

 19세기 영국에서는 골상학-머리의 형상에 따라 성격이 결정된다-을 두고 과학계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지요. 지금은 골상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는 커녕 골상학 자체를 사이비 과학으로 분류할 정도지만 논쟁이 활발히 진행된 당시에는 인체 해부학을 비롯한 첨단 과학이 동원되어 실제로 사람의 두개골을 열어보는 등 상당히 정상적(?)인 방법으로 논쟁이 진행되었습니다. 골상학에서는 뇌의 부분별 기능을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는 뇌의 부분에 따라 담당하는 역할이 존재한다는 현대 과학의 주장과 합치되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골상학 지지자들의 대부분은 신흥 부르주아 세력이었으며 골상학 반대자들의 대부분은 기존 지배 세력이었습니다. 이는 신흥 부르주아 세력이 인간의 능력과 재능에 따른 사회적인 성공을 지지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신체와 정신을 동일선상에 놓음으로써 머리의 모습이 인간의 정신적인 면, 즉 능력과 재능을 대변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뇌가 부분별로 기능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에서도 분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죠. 결론적으로 기존 지배 세력들의 특권적인 지위를 거부하고 자신들에게 맞는 사회를 지향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기존 지배계급은 신흥 부르주아들과 정 반대의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신체와 정신을 분리하는 이원론을 주장했고 머리와 손은 다르다며 지배계급의 특권을 지지했죠. 그리고 골상학을 부정하며 자신들의 주장이 자연과 합치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신흥 부르주아 세력과 기존 지배계급간의 사상적 대립은 과학적인 충돌로 나타납니다. 전두동(Frontal Sinuses)이라는 해부학적 구조가 모든 사람에게 존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두고 치열하게 대립한 것이죠. 전두동은 사람의 눈 사이와 이마쪽에 위치한 텅 빈 공간으로써, 만약 전두동이 모든 사람에게 존재한다면 머리뼈의 모습과 뇌의 형상이 차이가 납니다. 즉, 머리의 형상을 통해 뇌의 모습을 유추할 수 없으며 뇌의 모습을 유추할 수 없으니 뇌의 부분별 기능이 얼마나 활성화되는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죠. 결국 전두동이 모든 사람에게 존재한다면 골상학은 존재 의의를 잃어버립니다. 당연히 골상학 지지자들은 전두동의 존재를 부인, 축소했습니다.

 전두동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인체 해부학 등 많은 과학적인 기법이 도입되었으며, 과학자들도 골상학 논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전두동 유무의 찬반 진영이 신흥 부르주아들과 기존 지배세력으로 확연하게 갈라졌습니다. 이는 전두동의 크기가 사람마다 다를 뿐더러 전두동이 없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더욱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동일한 관찰(경험)을 자신들의 기존 믿음에 따라 판단함으로써 서로 배치되는 결론을 내린 것이죠. 결국 과학자들 역시 자신들의 믿음과 사회적인 입장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골상학 자체는 명확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제대로 된 과학 이론으로조차 인정받지 못했고요. 그러나 골상학이 아니라 골상한 논쟁은 과학사회학자들에 의해서 과학자들의 사회적인 움직임을 증명하는 예시로써 지금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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