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26 14:35

과학지식의 구성 방법 - 광우병의 사례 과학사회학

 안녕하세요 커티군입니다.

 지난 과학사회학 포스팅에서는 과학자들의 사회적인 측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과학자들이 극도로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로 사물을 대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배경과 개인적인 성격에 따라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지요.

 과학자들이 과학지식을 구성하는 방식이 사회학적인 방법이라면, 그렇게 구성된 과학지식이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과학지식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해 소개해 보겠습니다. 



 과학지식의 구성 방법

 한때는 과학지식이 보편타당한 진리라고 여겨졌습니다. 과학적인 지식은 인간 이성의 승리이자, 자연의 참 모습을 하나하나 밝혀가는 숭고한 과정이었죠. 이러한 인식은 과학자들의 4가지 특성 에 잘 나와 있습니다. 더욱이 과학지식은 사회학적인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학자들이 이를 분석할 수 없다고까지 주장했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사회적인 측면이 부각되기 시작하고 과학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위와 같이 과학과 과학자들에 대한 경외심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현재에 와서는 과학활동이 진리를 찾는 과정이라기보다는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라는 표현이 자주 쓰입니다.

 과학활동이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라는 주장은 상당히 과격하기도 합니다. 토마스 쿤-패러다임 이론으로 유명한-이 이를 주장하자 많은 과학자들이 이를 맹렬하게 비난했죠. 파이어아벤트 같은 과학철학자는 쿤의 이러한 주장을 두고 '도시의 조직폭력배도 그런 식으로 회의를 하여 결정을 내린다'고 힐난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과학자들도 자신들의 활동이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라는 사실에 어느정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 과정이 다른 기타 학문들보다 조금 특수해서, 실증적인 데이터가 상당히 큰 힘을 내는 정도라는 것이죠. 물론 실증적인 데이터를 사용하고, 이것이 큰 영향력을 갖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과학은 기타 다른 학문들과 구분됩니다. 하지만 과거처럼, 실증적인 데이터(현상)를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철처하게 분석하여 진실에 이른다는 주장은 많이 수그러들었습니다. 물론 와인버그같은 과학자-특히 물리학-에서는 여전이 자신들의 활동이 진리를 찾는 과정이며, 실증적인 데이터만을 사용한다고 믿습니다.

 과학 활동이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이 활동의 산물인 과학지식에 대해서도 회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학지식은 더 이상 진리가 아니며, 그저 많은 과학자들과 데이터의 의해 지지받는 하나의 주장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얼마 전 매우 큰 이슈가 되었던 광우병에 대해서, 정확하게는 광우병의 역사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광우병 연구의 선구자 중 하나인 스탠리 프루지너 의사는 광우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에 대한 자신의 연구 결과를 통하여 단백질 유일 가설(Protein-only hypothesis)를 발표했습니다. 이게 재미있는게, 병원체의 DNA는 병원체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병원체의 DNA를 손상시켰는데도 병원체가 감염력을 유지하고, 병원체의 단백질을 파괴시켜야먄 병원체가 감염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이 병원체는 핵산과 관계가 없는 감염성 단백질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프리온이란 이름을 붙였죠. 실증적인 데이터에 의해 내린 결론이며, 과학적인 방법론에 의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광우병의 병원체는 핵산이 없이 자가복제를 한다는 주장이 쉽게 먹힐 리가 없습니다. 스탠리 프루지너의 주장은 상당한 비판에 시달렸고, 보수적인 학계에서는 특히 가루가 되도록 까였습니다. 왜냐면 학계에서는 '병원체의 정확한 성격을 밝히기 전에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는데, 프루지너는 이상한 되먹지도 못한 주장을 하면서 덜컥 이름까지-프리온-붙여버렸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연구 결과를 학회지에 올리기 전에 신문에 발표해 버리는 등, 과학자들의 상식에 어긋나는 돌출 행동까지 덧붙여져서 스탠리에 대한 비판은 상당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스탠리는 '그 단백질'을 추출하는데 성공합니다. 무려 단백질가수분해효소(프로테아제)로도 분해되지 않는 이 단백질을 두고 PrP(프로테아제 저항 단백질)이라고 명명합니다. 그리고 이 단백질을 생성한 핵산을 찾기 위해 역추적을 시작하죠. 그런데 연구 결과, 프리온 단백질은 어떤 병원체에 의해 생성된 단백질이 아니라 숙주의 몸에 존재하는 정상적인 단백질임이 밝혀졌습니다. 즉 광우병은 외부 병원체에 의해 걸리는 질병이 아니라는 결과죠. 

 그 후로 약 5년 후, 스탠리는 외부 병원체 가설을 포기하고, 정상 단백질이 변형된다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여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즉,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유전적으로 생성되는게 아니라, 정상적인 단백질이 생성 이후에 변형된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유전물질과는 상관 없이 병이 발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에는 큰 약점이 있습니다. 지난 20여년간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합성한 프리온 단백질들이 실제로 광우병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이는 스탠리의 주장이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현실과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프리온이 유전정보와 관련이 없는 병원체라면 계통 다양성 또한 존재하지 않거나, 많아야 2~4가지의 종류만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20여개에 가까운 병원체가 발견되었고, 이는 프리온이 DNA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스탠리의 프리온 이론은 총 4번 바뀌었습니다. 맨 처음 주장한 '단백질 유일 가설'과, 같은 해에 '알 수 없는 DNA를 둘러싼 단백질'이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 약 5년 후에는 '번역을 거친 단백질의 접힘현상'을 주장했고, 종국에는 인공합성 프리온 단백질에서 감염력을 찾지 못하자 '알려지지 않은 단백질-X 이론'이라는 주장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탠리는 프리온 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은 이 수상에 반발했죠. 현재까지도 광우병에 관한 논문은 예외 없이 '논쟁중인', '불완전한', '풀리지 않는' 등등의 수식어를 동원하여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프리온 이론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죠. 다시 말해 수 많은 데이터와 토론(때로는 과학자들의 상식을 벗어난 쇼맨쉽을 통해)을 통해서 한 번 합의(노벨상 수상)를 이루었으나, 여전히 과학자들은 그 합의를 깨려는 시도, 즉 새로운 합의에 이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들 때문에 과학활동을 땜질(Patch Work)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과학지식은 합의에 의해 형성된 사회학적인 산물이며, 따라서 지속적으로 보정을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과학사를 보면 단 한번의 수정이나 보강 없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론이나 지식보다는 수정과 보완, 탈락을 거친 과학 이론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이론들이 수정과 보완을 거치고 심하게는 탈락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 서적 : 광우병 논쟁, 2009, 김기흥, 해나무

덧글

  • 零丁洋 2012/07/26 21:40 # 답글

    장님이 코끼리에 대한 부분적인 정보를 서로 교환하며 실체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이 과학이죠.
  • 커티군 2012/07/26 22:26 #

    과학사회학에서 주장하는 바는 조금 다릅니다. 장님이 코끼리에 대한 부분적인 정보를 서로 교환하며 실체를 추적해나가다 보면 코끼리의 실체를 아는 날이 오겠죠. 하지만 과학사회학에서는 코끼리의 실체에 다다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과학적 진리가 절대적인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질문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절대적이라면 우리는 여기에 다다를 수 있는가 없는가, 만약 절대적이지 않다면 우리는 거기에 다다를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질문과 연관된 것이죠. 코끼리의 비유는 과학적 지식은 절대적이며, 우리는 여기에 다다를 수 있다는 암묵적인 이미지를 그리고 있지만 과학사회학에서는 나머지 3개의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언어의 불완전성 등을 예시로 들다보면 과학적 진리가 절대적이든, 절대적이지 않든 간에 우리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거나 표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과학 지식은 절대적이라도 믿습니다만 인간이 여기에 다다를 수 있는가...하면 또 애매하네요ㅋㅋ
  • 零丁洋 2012/07/26 23:32 # 답글

    장님 코끼리는 비유고 실체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현실적으로 실제 과학 현장에서도 그렇지만 인식론적으로도 실체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그렇게 존재하는 타자는 절대 내 관념 아래 있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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