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20 12:02

과학지식의 두 계통 - 분류와 기술 과학사회학

 안녕하세요 커티군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과학지식이 사회적인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과학지식의 절대성을 회의하는 시각을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자연을 사실 그대로 표현하는 과학 지식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비판을 받곤 합니다. 그렇다면 자연을 사실 그대로 표현하는 과학 지식은 무엇이며, 그 반대의 지식은 무엇일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과학지식이라고 불리는 커다란 덩어리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고자 합니다.

 이 덩어리를 나누게 위해서 토마스 쿤의 시각과 스티븐 와인버그의 시각을 사용하려 합니다. 왜 이 두 사람의 시각을 사용하냐면, 쿤과 와인버그가 과학의 구성에 관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 에서 과학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으며, 어떻게 혁명적으로 변화하는가를 이야기했습니다. 와인버그는 쿤의 이러한 입장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새로운 과학의 구조를 제안했죠. 따라서 과학지식을 구조적으로 나누기 위해서는 이 두 사람의 시각을 사용하는게 가장 적절합니다. 



 과학지식의 두 계통

 1) 패러다임 이론을 이용한 설명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이론을 빌리자면, 정상적인 과학활동이 시작되기 이전의 선정상과학 시기에는, 과학활동이라고 해 봤자 사실들을 무작위적으로 수집하는 활동에 그쳤습니다. 첫번째 패러다임이 등장하여 해당 분야가 정상과학의 범주에 들어가야지만 그러한 사실들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걸러지게되고, 분류되어, 하나의 의문점을 풀기 위한 퍼즐 조각으로써 사용되는 것이죠.

 다시말해, 사실을 수집하기만 하던 시절에는 자연현상을 기술할 뿐이었고, 패러다임이 등장한 이후에는 자연현상을 기술하여 체계적으로 분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쿤은 이러한 분류를 정상과학의 특징 중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지식의 분류(분류체계)는 필연적으로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새롭게 쓰여집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생물분류표 등을 포함한 계통해부학, 진화론 등이죠. 현재의 생물학 패러다임을 사용하면 박쥐는 포유류입니다. 하지만 이전의 패러다임을 사용하면 포유류가 아니라 조류로 분류되겠죠. 지금도 오지의 부족들은 박쥐를 조류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류법은 포유류와 조류를 구분하는 패러다임에 의한 분류일 뿐, 실제 박쥐가 자신을 포유류라고 생각하지 않겠죠.

 지식의 기술은 자연현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을 뜻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뉴턴의 법칙들입니다. 뉴턴의 법칙들은 관찰과 실험을 통해서, 자연을 언어와 수식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연현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패러다임 없이 실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기는 합니다만, 분류되지 않은 자연현상이라는 의미에서 위와같은 지식은 단순한 기술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패러다임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과학지식은 수집과 분류로 이루어지며, 분류 부분은 패러다임에 크게 종속적입니다. 또한 기술 부분 또한 패러다임에 종속적이기 때문에 과학혁명, 즉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지면 이들 모두가 변화하게 됩니다.



 2) 스티븐 와인버그의 설명

 스티븐 와인버그의 설명을 빌리자면, 기술된 지식은 과학지식의 견고한 부분이며 분류 체계는 과학지식의 유연한 부분에 해당할 것입니다. 견고한 부분은 이론의 방정식들, 개념의 정의, 방정식과 개념이 적용되는 현상의 범위를 뜻하므로 기술된 지식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즉 기술된 지식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므로 시대가 지나가도 불변의 법칙일 것입니다. 

 유연한 부분은 견고한 부분이 왜 자연과 잘 합치되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포유류와 조류의 분류 방식이 자연과 얼마나 잘 합치되는지를 그림으로 보여준 지식이 바로 생물분류표겠죠. 이 부분 역시 견고한 부분의 누적적인 발전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스티븐 와인버그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과학지식은 기술과 분류로 나뉘어지며, 기술은 누적적으로 발전하는 법칙들을 표현한 것이며 분류는 그 법칙을 자연과 합치시키는 일시적인 설명방법일 것입니다.


 3)결론

 위에서 설명한대로, 쿤의 입장이든 와인버그의 입장이든 분류 체계는 변하기 쉬운 과학지식입니다. 마치 명왕성이 태양계의 행성이냐, 아니냐처럼 그저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지식에 불과할 뿐이죠. 결국 인간이 만든 기준일 뿐인지라 자연에는 그러한 분류 기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했던대로 과학지식이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물들이라는 것은 분류와 같이 합의에 크게 의존하는 과학지식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합의할 수 없는 과학지식이 존재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우리들이 생각하는 과학지식이란 합의가 불가능하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지식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완벽한 과학 지식으로써 기능할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해, 기술이 자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골상학 논쟁에서 과학자들의 사회적 배경을 언급할 때 잠시 다루기도 했었습니다. 과학자들이 내리는 결론은 100% 실험(경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인 믿음(기존 믿음)의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인간이 자연을 100% 있는 그대로 기술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덧글

  • 零丁洋 2012/08/20 18:43 # 답글

    기술은 존재의 양상에 의존하고 분류는 척도에 의존하죠. 척도 기준 자체가 인위적으로 세운 것이라 얼마던지 변경이 가능하죠. 양상은 들어난 것 만큼 기술이 가능한데 세로운 발견이 있으면 기술은 달라지죠. 물론 전의 기술은 무시되는 것은 아니고 특수해지죠. 결국 기술도 변할 가능성 많죠.
  • 커티군 2012/08/30 19:19 #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기술 또한 '무엇을 기술할 것인가'를 선택해야하기 때문에 패러다임의 영향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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